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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학생을 고소하다.

Posted at 2009/01/29 22:34 in 분류없음 by 구루루
학교의 정책 변화에 불만을 가진 한 학부생이 자신의 의견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총장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 [원글보기]

실망스러움을 넘어 참담한 기분이 든다. 심지어 어떤 학생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학생지원팀장'이 고소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지원'이라는 이름이 이처럼 허망하게 느껴질 수가 있다니.

문제가 된 글의 서두에 분명히 재학중인 학생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음에도 학교 측은 고소를 하기 전에 한 번도 작성자에게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런 무책임한 대응을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고소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이 겪어야 할 심적 고통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어떻게 아무런 사전 조치 없이 바로 학생을 고소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만약 그 학생이 무혐의 처리된다면, 그 학생이 겪은 어려움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나? 흔히 하는 것 처럼 그 학생은 학교를 무고죄로 맞고소하라는 말인가? 조직과 자원을 갖춘 학교가 개인 - 그것도 소속 학생- 을 대상으로 무턱대고 고소부터 하는 것은 폭력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비록 원글에 사실과 다른 점이 있고 다소 거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내가 보기에는 그 학생이 나름의 합리성을 발휘하여 글을 작성했다고 보인다. 또 그에 달린 많은 댓글에서 진지하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삼백여 개의 댓글이 달렸음에도 악성 댓글의 수가 그토록 적은 경우는 흔치 않다.) 주장과 반론, 열띤 토의야 말로 대학이 지향해야할 것 중 하나라고 한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 만약 학교 측이 글에서 사실과 다른 것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에 의해 명예가 훼손되고 있는지에 대해 그 학생에게 알리고 수정 혹은 반론 게시를 요청했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고소 취하를 요구하는 학생 대표들에게 학생처장은 '학생처에서 명예 훼손과 관련한 공지가 있었음에도 해당 학생이 사실과 다른 사항을 유포시켰기 때문에 조치를 취했고, 학생의 잘못으로 시작되었기에 취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맙소사. '공지에도 불구하고' 라니. 과연 학생의 그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고소를 접수하는 노력으로 한 번 더 그 학생에게 직접 고지할 수는 없었던 것인가?

사람을 돕고자 한다면 공대가 아닌 법대를 가야 하는 것임을 몸소 가르쳐주고 있는 학교 측의 대응을 보며, 세계적 수준의 공대를 만들겠다는 '개혁'이 덧없이 느껴진다.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과학적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세금으로 공부하는 우리들의 책무라고 생각했던 내가 순진했던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생기는 21세기의 부작용은 20세기에 만들어진 법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것인데 말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의 'KAIST적' 대응 방식은 여느 사람들과 결코 다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총장이 나서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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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아

    2009/01/30 14:12 [수정/삭제] [답글]

    진짜 이것보고 어이가 없어서...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KAIST 총장이 안 바뀌는 이유를 알겠더군. 흠냐리.

  2. 용섭

    2009/01/30 15:25 [수정/삭제] [답글]

    다들 이 일에 황당해 하고 있군.
    희성이 블로그에도 관련글이 있던데.
    이쯤 되면 학생들이 움직일 때도 된듯하네.

  3. Ens

    2009/01/30 16:40 [수정/삭제] [답글]

    이건 아니지.. 선생은 잘못된 길을 가는 제자에게 해야 할 것이 법적인 고소는 아니지..
    차라리 학생에 대한 훈계와 가르침이라면 납득할 수 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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